겸재 정선 진경산수 “여기가 그 자리”
겸재 정선 진경산수 “여기가 그 자리”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5.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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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금석문을 따라 걷는 봄산책’ 진행
▲최종현 통의도시연구소장(오른쪽 뒷모습)이 11일 종로구 사직공원 사직단 앞에서 ‘금석문을 따라 걷는 봄산책’을 시작하며 참석자들에게 사직단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에 담긴 수많은 풍경은 어디서, 무엇을 바라보며 화폭에 담은 것일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짧은 도보답사는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했다.

특히 1000만 명이 모여사는 서울의 좁은 사무실이나 아파트에서 빠져나와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보는 풍경은 더없이 풍요로운 주말을 선사했다.

서울연구원(원장 이창현)은 지난 11일 서울의 옛 서촌(종로구 사직동부터 누하동, 통의동, 효자동 일대)을 돌아보는 ‘금석문을 따라 걷는 봄산책’(이하 봄산책)을 진행했다. 이날 봄산책에 나선 시민은 20여 명. 안내는 지난 3월 <오래된 서울>을 펴낸 최종현 통의도시연구소장(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이 맡았다.

일제강점기 ‘사직공원’으로 만들어 조선 왕조의 600년 역사를 폄하한 종로구 ‘사직단’에서 시장한 봄산책은 황학정과 등과정, 백호정, 수성동계곡, 청휘각 터, 정선이 <삼승조망도>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 종로구 청운동의 <선원김상용구기각석> 답사 등으로 이어졌다.

최 소장은 서울의 국궁을 전수하는 황학정의 사대(射臺) 방향이 당초 지금의 반대편이었다고 일깨워주는 등 옛 문헌과 그림 등을 근거로 한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또 사직단의 사단과 직단의 돌마다 사방(四方)을 상징하는 청·백·주(붉은색)·현(검은색) 등의 색을 칠했으나 당국의 관리 소홀로 재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경술국치를 도운 공로로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와 막대한 은사금을 받은 친일파인 윤석용이 딸에게 지어줬던 박노수(동양화가) 가옥과 수성동 계곡에서는 이인문의 산수화와 실경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이후 수성동계곡을 따라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정선이 남긴 수많은 진경산수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등 잊엇던 서울의 모습을 새롭게 일깨웠다.

이창현 서울연구원장은 “수없이 많은 서울의 문화콘텐츠를 짚어보자는 취지로 이번에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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