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가는 교회들
팔려가는 교회들
  • 허영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분과 특별위원
  • 승인 2013.07.1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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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처의 어느 신도시 지역에서 감정가가 520억원을 웃도는 교회 건물이 경매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경매에 부쳐진 교회 건물로는 단연 사상 최고가라고 합니다. 3,000석 규모의 예배당과 개인 기도실, 유아 예배실, 세미나실 그리고 주차장 등을 포함해 지하 5층, 지상 7층에 연면적 2만 6,000㎡ 규모라는 사실부터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독서실과 체력 단련장, 카페, 영화관에 예식장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지난 2010년 신축되었으나 건축에 따른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3년 만에 경매에 부쳐진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를 크게 짓는 자체로 성장을 보장받았던 시대가 지나가는 하나의 증거라고 보입니다. 이 교회만 해도 20년 전 서울에서 지하실 교회로 시작하여 부흥을 이룬 여세를 몰아 신도시에 대형 성전을 짓고 옮겨간 것이라고 합니다.

이 교회뿐만이 아닙니다. 법원 경매에 나오는 교회 건물이 해마다 100건 안팎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9년 92건, 2010년 113건에 지난해에도 96건이 경매에 부쳐졌다고 합니다. 일반 기업체 식으로 말하자면, 부도가 나서 파산에 이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부분 무리한 건축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경제 불황의 한파에 부동산 거품이 꺼져가는 탓도 없지는 않다고 여겨집니다.

교회 건물을 새로 지어놓고도 건축비 부담을 이겨내려고 건물 일부를 임대로 내놓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띕니다. 맨 위의 4~5층은 교회 예배실로 사용하면서 1층에는 미용실이나 부동산 사무실, 2층과 3층에는 피아노 교습실과 영어 학원이 입주해 있는 식이지요. 교회 건물의 체면상 술집이나 노래방 같은 유흥업소를 들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간주될 만합니다.

경매에 부쳐진 경우가 아니라도 교회 건물이 거래되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현실적입니다. 교회 건물도 엄연한 부동산인 만큼 당연히 거래 대상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일반 상가나 오피스텔, 고시원, 모텔, 음식점 등과 나란히 매물 광고로 나오는 모습은 그렇게 보기 좋은 편은 아닙니다. 아예 교회 매매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부동산 사이트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대지 110평, 건평 75평, 3층 건물에 예배실·목양실·사택 등 방 3개. 금액 5억 5,000만원(은행 대출금 2억 7,000만원 포함)”이라는 식입니다. 또 다른 광고에는 “5층 상가 건물의 2층으로 실평수 11.5평, 공용면적 포함 18평, 매매가격 2억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LCD 프로젝트와 전동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거나 시장통 골목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는 등의 소개가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그 매물 광고들이 주변에 다른 교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도 대체적인 공통점입니다. 전도를 해서 신도수를 늘릴 만한 여건이 좋다는 뜻이겠지만 경쟁업체를 염두에 두기 마련인 일반 상가 광고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학원으로도 투자 가치가 좋다”고 소개한 상가 교회가 있는가 하면 교회 분양권 매매 소식도 올라와 있습니다. 주변 지역의 교회 시세를 소개하며 급매물로 내놓은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교회가 범접할 수 없는 종교적 추앙의 대상에서 거래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외형적인 팽창을 추구해 왔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회가 우리 사회를 정신적으로 이끌어가며 기여한 이상으로 덩치 불리기에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대형 교회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회 내부의 적잖은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또한 오늘의 현실입니다.

교회가 목회자의 횡령과 성적인 스캔들로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름 석자를 대면 누구라도 알 만한 어느 목사님께서는 교회 성금을 자식들에게 빼돌렸고, 또 다른 목사님께서는 논문 표절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교회 세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교회는 벌써 3대째나 세습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교회가 믿음 공동체의 소유라기보다는 사유화되고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교회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고 일반 부동산처럼 거래 매물로 나오는 것은 이러한 폐해에 무리한 기업경영 운영 방식이 덧붙여진 결과입니다. 다행히 성장기에는 몰랐다가 이제 그 후유증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것입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다한다고 하면서 은행빚을 갚지 못해 끝내 담임목사는 사임하고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해답은 교회 내부에서 스스로 제시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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