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속의 카나리아 청년들아
탄광 속의 카나리아 청년들아
  • 박혁
  • 승인 2013.07.1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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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국정원과 경찰 수뇌부가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월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의 판결이 남았으나 검찰 기소사실만으로도 민주시민은 분노했다. 공직자와 국가기관은 자유민주주의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보다 더 민주주의적 신념이 투철해야 하는데 오히려 양자가 협잡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다. 반민주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헌정질서를 관리한 꼴이다.

썩은 뿌리에서 꽃이 피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이 선거에 그리 큰 영향을 미쳤겠느냐고 반문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선거라는 꽃이 아름답게 피기 위해서는 튼실한 뿌리로 좋은 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한 시민이 다른 시민이나 전문가, 신문과 통신 등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바로 그 양분이다. 만약 국가기관이 대중의 정치적 신념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했다면 대의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뿌리부터 썩어버린 것이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를 역사는 증명한다.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아래서 민주적 법과 제도가 얼마나 쉽게 유린될 수 있는지, 우리는 멀게는 나치체제, 가깝게는 박정희 독재체제를 보아 잘 알고 있다. 권력자들이 민주적 법과 질서를 농락할 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는 민주주의를 신념으로 지닌 시민들이었다.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국 사회의 민주화 역사이다.

민주주의자 가득하게 하라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 언제나 공동체의 운명을 바로잡기 위해 독재자의 폭력을 이겨온 바로 그 역사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역사에서 특히 청년들은 탄광속의 카나리아처럼 시대에 반응했다.

지난 6월 20일, 수십 명의 청년들이 목에 태극기를 걸고 “원세훈과 관련자를 구속하라”, “국정원을 해체하라” “국정조사 실시하라”하고 함성을 지르다가 모두 경찰에 끌려갔다.
그들은 청년으로 산다는 것이 더 없이 힘겨운 2013년의 한국 현실에서 공동체의 문제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고 교문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급기야 많은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청년들 중심의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당초 나는 어처구니없는 민주주의의 배신 앞에서 한탄만 하고 있었다. 권력의 가공할 야만성에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에 겹겹이 둘러싸여 당당하게 소리치는 청년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눈물이 났다.

그렇다. 체념할 일도 두려워 할 일도 아니다. 저토록 정의롭고 용기 있는 청년들이 아니라면 민주주의의 희망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은 그들의 손에 이끌려 그들과 함께 거리에 서야겠다. 민주주의자로 가득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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