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다리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다리
  • 송송이(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8.02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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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개인적으로 만나기 전에 나는 혹시나 그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 지 한번 둘러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다. 최근에 산 책들 중 여러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서 몇 권 사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 책이 마침 눈에 띄었다. 그래, 이 책이 그에게 선물이 될 것 같다.

그와 이렇게 개인적으로 마주한 것은 아마도 한 몇 년 만인 듯하다. 몇 년 만에 한번씩 이렇게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 사이 각자에게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많은 일들로 인해 그도,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져 감사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괜한 오해나 판단과 함께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봐 조심스럽게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한 사람을 마주 대할 때, 나는 그런 마음의 갑옷을 벗어버리고 그의 눈을 들여다 보며 먼저 마음을 열고 나의 마음 속 깊은 것을, 중요하게 느끼고 체험하고 있는 것을 내어 놓는다. 신기한 것은, 어느 새 마음이 열린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 속 깊숙이 숨겼던 소중한 것을 꺼내어 놓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판단이나 시선이 두려워 닫아 놓았던 마음이 스르르 열릴 때, 비로소 우리 사이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인 것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다리를 놓아야 상대방도 내 마음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이다.

한참 동안 자신이 가장 힘들어하던 것을 마음 놓고 내 앞에 늘어놓는 그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그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져간 책을 그에게 선물로 내밀었다. 마침 그 책을 보자마자 그가 관심을 보였기에 더욱 잘 된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나눈 이야기도 역시 이 책의 내용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일본인 정신과 의사가 쓴 “우리 가족은 정말 사랑한 걸까” 라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들 '가족'이라고 하면, 서로 가장 사랑하는 사이, 서로 모든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야 하는 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아갈수록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 조차 개개인별로 다 각자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결혼하고 살면서 느끼게 된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서로 가장 사랑했어야 마땅한 사이였는데도 가장 깊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사랑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채 미성숙한 상태로 부모가 되어 다시 한번 자신의 아이의 가슴에 못을 박고, 상대에게 의존하거나 집착하거나, 상대를 속박하는 것을 감히 사랑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주장하기에 그 왜곡된 사랑을 받는 이들은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마음에 깊이 남는 구절은 “상대방으로부터 사랑 받았다고 느꼈을 때 상대방의 충고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리였다.

책을 선물 받은 그는 기뻐하며 나를 만나면 도대체 왜 아무에게도 하지 않던 이야기를 술술 꺼내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선물이 되기를 빈다. 이 모든 상황도, 이 책도, 이 시간도.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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