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 송송이(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8.30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연극을 관람했다. 그것도 야외에서…! 사랑하는 친구가 각본, 연출, 연기를 모두 해낸 1인 드라마 'VOICE'였다.
서울역 뒤에 있는 국립극단의 사무동 옥상에 꾸며진 무대는 아담하고도 비장했다. 
여자로 태어나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는 노래 잘하는 고등학생과 그런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사랑해야 할 지 모르는 엄마, 그런 학생을 대놓고 껄끄러워하시는 선생님...
그 모든 역할을 혼자 해낸 친구는 온몸과 마음을 불태워 자신이 빛나는 보물을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느님, 세 명이 하나인 하느님, 창녀와 앉은뱅이까지 포근하게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하느님을 믿었던 그가 결국 세상의 비난 섞인 시선에 못 이겨 기쁘게 하늘로 스스로 가버린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였다.
비극이긴 하지만 신나는 노래로 끝나는 기쁜 결말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양자택일’에 대한 강요를 받는다.
이것 아니면 저것, 적군 아니면 아군, 가진 자 아니면 못 가진 자, 남자 아니면 여자…. 사실 이쪽도, 저쪽도 아닐 수 있을 텐데 그런 제3의 문은 꼭 닫아 놓고 이쪽이나 저쪽을 택하라고 강요 받는다.
그게 훨씬 쉽고 편해서, 상대에게 깨어있을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구분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하늘에서는, 이쪽도 저쪽도 아니더라도, 모든 존재가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게 빛나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고 있으리라.
결국 우리는 모두 다 각기 다른 존재이지만, 사랑 받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기에 모두 다 같기도 하다. 문득, 이번 한 달 동안 매일 깊이 곱씹고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모든 존재를 구분 없이, 한계와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늘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곳이나 메꾸어야 할 빈 자리가 있으면 어느 곳이든 적극적으로 찾아가 전적으로 몰입한다'는 구절이 가슴에 깊이 들어온다.
게다가, 이런 사랑 때문에 배은망덕하거나 멀어진, 그리고 반항적인 이들까지도 사랑하고 총애하신다고 하니, 하늘의 깊고 큰 사랑을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큰 사랑을 하려고 나의 친구도 온 힘을 다해 그런 창작을 한 것이 아닐까....!
모두가 같기도 하고, 또 모두가 다 다르니 그저 각자가 서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기쁘게 살도록 돕고 싶어서 그 시간과 열정을 불태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의 친구와 창작을 함께 한 모든 이들과, 하늘에서도 함께 했을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이런 외침으로 우리가 남과 다르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고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싸늘하게 보지 않기를, 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소 짓고 서로 도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