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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 짧을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을 것이다. 최근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1시간은 5~6명이 서로 마음을 열고 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5명의 선후배 여직원들을 조용한 회의실에 초대하였다. 먼저 30분 동안 오랜만에 모인 이들과 서로 소개하며 배달된 도시락을 먹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도 모두 똑 같은 높이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생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사이처럼 또는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정겨운 사이처럼 그렇게 도시락을 나누었다.
테이블을 정리하고30분 동안 느낌(Feelings)카드와 욕구(Needs)카드로 게임을 했다. 이것은 서로의 마음을 더 잘 느끼고 연결되기 위해 만들어진 ‘비폭력대화’ 카드게임이다. 테이블 위해 펼쳐진 60장의 느낌 카드 중 왠지 마음이 끌리는 느낌 카드들을 골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온전히 듣는다. ‘시원한, 홀가분한, 긴장되는, 초조한, 떨리는, 감사한, 반가운, 신경 쓰이는, 지친, 힘든…’ 아주 오래되어 나이가 많은 분들과 아주 어린 신입들이 섞여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신선하게 느낄 뿐 아니라, 선배들의 마음을 들으며 어린 직원들은 엄마의 마음을 느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선배들은 어린 직원들을 보며 자녀들의 마음을 엿보기도 했다.
비폭력대화가 무엇인지 전혀 몰라도 즉시 자신의 진짜 마음과 바람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도구의 위력은 대단했다. 느낌은 비난할 것이 아니므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섣불리 위로하거나 조언하지 않고 그저 그 마음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안아준다. 느낌을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마음에 갑옷을 입고 살았던 분들은 울컥 눈물이 솟구치기도 한다. 말을 이을 수 없는 그 순간, 나는 내가 만든 노래를 한 곡 불러 선물했다. 기타 반주와 함께.
부정적인 느낌도, 긍정적인 느낌도, 모두 다 우리 안에 숨겨진 아름다운 욕구와 소망 때문이라는 것을 나누며, 이번에는 눈물을 닦고 다시 긍정적인 말들만 적혀 있는 욕구(Needs)카드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시선이 머무는 카드들을 선택하며 희망차게 자신의 진정한 바람을 평화롭게 나누고 마음을 기울여 들었다. 이들의 아름다운 바람이 모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기뻐하는 환한 얼굴로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안아주었다. 허그(hug). 누군가는 가족이 있더라도 하루에 단 한번도 포옹하지 못한 채 지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정말로 그렇게 포옹할 대상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적이고 기쁜 시간을 가졌다며 환해진 얼굴로 회의실 문을 나서는 선배님들과 후배님들을 보면서 나는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건조한 일터에서도 촉촉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감사하다....! 사내 여직원회 회장을 2년째 해 오면서, 올해에는 특별히 서로의 마음을 만져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난 두 달 간 이 1시간의 점심 모임을 벌써 10번 이상 해 오고 있는데, 기쁘고 감사하다. 마음은 마음을 불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 같다. 이것이 따뜻한 공동체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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