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부자감세와 위험한 미래
MB정부 부자감세와 위험한 미래
  • 김정진 변호사
  • 승인 2010.05.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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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의 유리알 세정] 민주주의와 세금 2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된 후, 정확히 말하면 성인남자에게 보통선거권이 도입된 후의 세제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소득세제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 시기는 보통선거권의 확대와 맞물린다.

당시 유럽의 사회주의정당과 노동당은 보통선거권 획득을 매개로 당세를 확장했고, 소득세제의 도입은 주요 경제공약이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모든 세금을 폐지하고 소득세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소득세제는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소득이 많은 자는 보다 높은 세율로, 소득이 낮은 자는 보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인데, 이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관념이었다.

이에 대해 우파들은 초기에 격렬히 반대했는데, 그들은 소득세제의 도입을 우회된 공산주의로 보았다. 실제 마르크스가 <고타강령비판>에서 얘기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이념과 소득세제는 일치했다.

민주주의는 머릿수에 의한 철학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머릿수로만 할 경우 내전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는 내부적으로 타협의 과정을 제도화했고, 소득세 또한 타협의 결과물로 도입됐다.

어떤 경우는 누진율을 채택하더라도 세율이 높지 않을 수 있고, 또 다른 경우는 세율은 높지만 조세감면 제도가 많아 부자들이나 기업들의 세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발전의 필요성이 강해서이기도 했지만 일정기간 동안 이자나 배당에 대해 아예 과세를 하지 않거나 낮은 세율로 과세했다.

MB정부, 재정적자 증가 불가피

MB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은 집권층이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재정감축을 하지 않고 감세할 경우 재정적자의 증가는 불가피하고, 정부는 국채를 계속 발행해 이자부담액이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그런데 MB정부에서는 국채이자가 늘어나는 경우의 정치적 여파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MB정부의 의사와 달리 국채이자의 증가는 급진적 조세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치상황의 전개에 따라 부자들의 세부담이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즉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에서는 제1차 대전 직후 예산의 절반을 국채이자로 지불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전쟁의 와중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들의 재산 중 수십 퍼센트를 사실상 몰수하는 일회상 조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이 전국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MB정부의 감세정책 또한 이와 유사한 정치적 효과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세금은 어차피 일정한 타협과 절충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생략한 부자감세는 장기적으로 더 큰 반발을 몰고 올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세를 인상해 복지재정을 확충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해서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MB정부에서 미래에 정치적으로 파괴적일 수 있는 부자감세, 재정확대 정책을 쓰는 것을 보면서 세금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몰이해가 집권세력 전반에 걸쳐 있는 것 같다. 세금은 민주주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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