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한민족 정한(情恨)을 노래하다”
진달래꽃 “한민족 정한(情恨)을 노래하다”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5.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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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9]
▲ 이른 봄 폈다지는 진달래꽃. ⓒ송홍선
진달래는 한반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이다. 한민족의 고향에 대한 추억과 민족적 정서를 대표하는 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꽃은 붉은빛으로 잎보다 먼저 나와 핀다. 그래서 꽃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꽃이 모두 떨어지고 나니 진달래의 꽃이 만발한 동산이 그리워진다.

상춘객들은 뒷동산을 오르며 아름다운 꽃을 마음껏 감상했다. 부녀자들은 삼월삼짇날에 봄맞이 행사의 하나로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가루를 묻히고 기름에 지진 꽃전을 만들어 먹었다. 이것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없다고 믿었다.

또한 진달래꽃과 녹두가루로 만든 화면(花麵)이나 면발을 붉게 물들인 수면(水麵)은 봄철 별미로 꼽았다. 예전에는 꽃으로 기름을 짜기도 하고 빵을 만들거나 나물을 무쳐 먹었다. 이는 새 봄의 정기가 있는 진달래꽃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선인들의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다.

꽃잎은 약재로도 많이 썼다. 민간에서는 꽃잎을 꿀에 재어 천식에 먹었다. 이 외에도 술을 빚어 마시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꽃잎을 따서 말려 넣는 소곡주와 꽃잎과 뿌리를 섞어 넣는 진달래술을 들 수 있다.

시와 노래에 단골소재로 등장

진달래는 한민족과 가장 친숙한 꽃 중의 하나이다. 때문인지 진달래 소재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다. 이 시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정한을 체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또한 아름다움을 읊은 시로는 <삼국유사> 2권에 나오는 ‘헌화가’이다. 이 가사에 나오는 척촉(躑躅)은 사실 철쭉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진달래로 번역해야 더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가사의 자연배경은 진달래꽃이 더욱 운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짐은 물론, 우리 여인들이 철쭉꽃보다 진달래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요에는 ‘나의 살던 고향은 /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라고 하여 진달래가 등장하고, 대중가요의 가사 중에도 ‘진달래 먹고 / 물장구 치고 / 다람쥐 쫓던 / 어린 시절’이라 하여 진달래가 나온다. 이 노래에서 진달래는 어린 시절의 고향과 추억을 아련히 떠오르게 한다.

무속신화 ‘세경’ 본풀이에서는 진달래가 여인의 시름을 달래주는 꽃으로 등장한다. 자청비와 옥황상제의 아들 문 도령은 서로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가 문 도령이 박씨 하나를 주며 ‘박이 크게 자랄 때에 돌아오마’ 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후 문 도령의 소식은 없었다. 매일 문밖을 내다보던 자청비는 남의 집 아이들이 소 등에 땔나무를 싣고 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 소의 머리에 꽂힌 빨간 진달래를 보고, 그것을 가지면 모든 시름을 잊을 것 같아 자청비는 종에게 ‘너는 다른 집의 아이처럼 왜 진달래꽃을 따오지 못하느냐’라고 꾸짖었단다.

▲ 진달래꽃은 분홍색, 자홍색, 붉은빛 등으로 피어 한 가지 빛깔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송홍선

수줍은 새색시나 봄처녀에 비유

한편, 진달래의 꽃빛깔은 분홍색, 자홍색, 붉은빛 등으로 피기 때문에 한 가지의 빛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분홍색이라 하기에는 너무 진하고, 보랏빛이라 하기에는 너무 연하다.

따라서 그 빛깔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을 상징하기도 하고, 새롭고 환하게 피어나는 봄처녀를 표상하기도 한다. 때문인지 아름다운 여자는 흔히 진달래의 꽃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진달래는 현대의 한국인에게 여전히 시정어린 꽃이다. 겨울을 이기는 재생의 꽃이면서 봄을 전해주는 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뒷동산의 꽃이 만발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모두 떨어져 지금은 볼 수가 없다. 내년의 이른 봄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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