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식 뜯고 부수는 개발방식은 곤란”
“한나라당식 뜯고 부수는 개발방식은 곤란”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5.17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종 민주당 종로구청장 후보 인터뷰
▲ 김영종 민주당 종로구청장 후보.
-지난 4년 동안 현 김충용 구청장 체제의 종로 구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인적으로는 김충용 구청장을 매우 존경한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삶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싶은 동네의 어른이자 인생의 선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에 출마한 이상, 공적인 검증과 사적인 호감은 엄격히 구별해야 할 것 같다. 저는 김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극복하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에 갇힌 탓에 주민들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8년 2월 국보 1호 숭례문, 즉 남대문이 화재로 무너져 내렸음에도 종로구에 있는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조치가 여전히 취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행정구역에 이토록 소중한 문화유적 역사유물이 많은 곳은 우리 종로구뿐이다. 그럼에도 구청 측은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숭례문 외에 다른 문화재들의 안전도 문제인가?
그렇다. 최근 서울시는 보통 동대문으로 부르는 흥인지문마저 덜컥 개방했다. 동대문은 종로구 안에 있는 문화재다. 동대문을 막무가내로 개방한 것은 단순히 안전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주변에 거주하는 많은 종로구민이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다. 남대문을 태워 먹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전시행정에만 몰두하는 한나라당 자치단체장들의 무책임한 행정을, 현 김충용 구청장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코드 맞추기’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 강남 출신의 시장에게 종로구청장이 무조건 코드만 맞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종로구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상대 후보와 비교해 김 후보가 가진 강점을 말해본다면.
구민 여러분과 주변의 지인들은 저를 ‘종로의 장영실’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고 보면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중에서 아주 특이하게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이 세 번 연속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는 공고 출신들도 그동안 닦고 배운 바를 사회를 위해서 바쳐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공고를 다니면서 저는 어떠한 어려운 문제가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가 있었다. 공고 출신이라는 불리한 여건에 좌절하지 않고 이런 창의성과 실용정신으로 지역사회의 발전에 봉사해온 결과 얻은 별명이 ‘종로의 장영실’이다. 종로 하면 세종대왕이고 세종대왕 하면 장영실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저는 제 별명에 큰 자부심은 물론이고 소명감도 가지고 있다.

-공무원 생활도 오래 한 것으로 아는데.
10여년 동안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했고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이사로 근무하면서 풍부한 행정 경험도 닦았다. 또한 종로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북촌한옥마을 보전 및 개발에 관한 연구’로 지방자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주민 입장에서 종로의 현안을 연구한 도시디자인 전문가라 자부한다. 저는 제가 쌓아온 이론과 현장 지식을 효과적으로 접목시켜 종로를 과거와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첨단과 전통이 나란히 숨 쉬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1번지로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서울 내에서, 그리고 다른 구와 비교해 종로구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주민들이 절실하게 생각하는 종로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말해달라.
종로의 특징은 도심 자체가 문화유적지라는 점이고, 최대 현안은 낙후지역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낙후지역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종로의 재개발과 관련해 여러 제약이 있는 게 현실이다.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점과, 실제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개발 방향에 따라 혜택과 소외를 받게 되는 구민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는 게 그것이다. 이렇게 극명한 장단점을 안고 있는 재개발 방식보다는, 모두가 혜택을 누리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 재정비’가 우리 종로의 대안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식의 뜯고 부시고 다시 만들고 하는,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내서 개선하고 정비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종로 자체가 문화유적지라고 했는데 그건 자랑할 만한 것 아닌가?
물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로구민이 갖고 있는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로구 외 시민에게는 문화공원화되어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지만 정작 우리 구민에게는 문화적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종로는 외부인들이 구경하다 지나가는 곳이 되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다른 지방 문화유적지의 경우 관광단지화해서 지역주민의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종로구민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나아가 책임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종로구청장이 된다면 종로에 대한 자긍심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또한 종로구민이 나서서 문화유적을 모두가 같이 느끼고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종로는 상주 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문화재 관리 비용 등 때문에 늘 재정 부담에 시달려온 자치단체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솔직히 난감한 문제다. 문화재들은 세계문화유산 등으로 등재되어 종로구 재산이 아니어서 독자적으로 어떻게 하기 곤란한 점이 있다. 정부·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풀 수밖에 없다.

-종로구 현안 중에는 종로 지역을 경유하는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도 있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북한산 관통도로는 은평 등 외지에서 바로 들어오는 도로로 안다. 솔직히 이 도로는 종로구민의 입장에서 보면 먼지, 소음, 교통량 증가 등 혜택보다는 불편이 더 많다. 하지만 ‘종로에는 손해’라 해서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정밀한 교통량 예측, 소음 등 공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방지책,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 등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지금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같이 국민의 말은 듣지도 않고 전시행정과 ‘밀어 붙이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종로가 양보해야 할 것은 양보하고, 관철할 것은 관철하고, 때로는 양보와 관철의 대안이나 대가로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사가 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갖고 있다. 지난 2년 3개월여 동안 국정 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해본다면.
국민 모두가 아는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남대문이 잿더미가 되도록 아무런 대책 없이 개방만 해놓은 장본인이다. 그러고 나서 한 말이 남대문 복원 국민 성금을 모으자는 것이었다. 일은 본인이 저질러 놓고, 수습은 국민들 보고 하라는 거 아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4대강 사업 모두 비슷하다. 국방비와 서민 예산을 줄이고 없애서 4대강 공사비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의 어느 시민단체 회원들이 “우리나라(독일)의 운하를 성공 사례라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며 조소하듯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현 오세훈 서울시장도 다를 게 없다. 남대문·동대문 등을 온통 시민에게 열어 놓고 서울광장은 자신이 불리할 때 언제든 봉쇄한다. 서울광장도 남대문처럼 불 탈까 봐 그러는 걸까? 그러면 동대문은 또 왜 개방한 건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남대문 전소에 대한 사과부터 시작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그에 맞는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최근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대한 입장은.
당연히 전면실시를 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학교가 무상급식소냐?’며 아이들의 밥상을 걷어 차놓고, 선거 때가 되니 다시 슬그머니 차버린 밥상을 빌려와서 차릴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무상급식을 받기 위한 절차가 어떤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나라의 미래’라고 늘 외치는 아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수치심을 주는 방식이다. 우리 사회가 어린 학생 때부터 가진 자와 못 가진자를 갈라놓는 것이다.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무조건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