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2010 화이트 크리스마스
프랑스의 2010 화이트 크리스마스
  • 백연주
  • 승인 2010.12.24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연주의 '프랑스 엿보기']
▲ 콩쿨참여 가정 [백연주]

정신없이 달려온 한해의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12월 25일, 세계의 노엘(Noël, 크리스마스를 지칭하는 프랑스어) 풍경은 매우 다양하다. 낭만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크리스마스는 과연 어떨까?

한국에서는 흔히 연인과의 데이트를 떠올리게 되는 날, 크리스마스. 그러나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날이다.

집 장식하는 데코레이션 콩쿨은 가족 화합의 장

▲ 에펠탑 [백연주]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프랑스인들의 긴장이 고조된다. 바로 크리스마스 콩쿨 때문.

“20년 전에 우연히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매년 빠짐없이 참여합니다. 일년 동안 크리스마스만 기다리죠. 집을 장식하는 것은 단순한 콩쿨이 아니라 온 가족이 오랜만에 화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니콜라(63세) 씨의 말이다.

이처럼 프랑스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주최되고 있는 데코레이션 콩쿨은 그 해 가장 아름답고 독특하게 장식된 주택을 선발해 해외여행권, 호텔 식사권, 가전제품 등 풍성한 상품을 선사해 국민들의 참여의지를 북돋아 주고 있다.

각 가정에서 단란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동안 프랑스 정부 또한 바쁘게 움직인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과 개선문 등에 매년 설치되는 화려한 전등 장식은 유럽에서도 손꼽힌다.

특히 세련된 빛깔로 꾸며지는 파리의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엔 매년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

▲ 샹젤리제 거리 [백연주]
모두 함께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하는 모든 가족이 함께 만들어내는 크리스마스 전통요리 또한 별미다. 전채 요리로는 간단한 달팽이 요리나 푸아그라 토스트 혹은 채소를 곁들인 훈제연어 등이 인기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요리는 역시 칠면조이다. 프랑스에서는 잘 구워낸 통 칠면조에 제철을 맞은 밤을 곁들여 먹는다.

디저트로는 잘린 통나무를 칭하는 단어 뷔슈에서 기원된 뷔슈 드 노엘 (Bûche de noël)이 유명하다. 차가운 버터를 이용해 만드는 일종의 케익으로 이름처럼 통나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12월 초부터는 거리 곳곳에 마르쉐 드 노엘(Marche de noël)이 선을 보인다. 여러 채의 나무집에 다양한 상인들이 수제 쿠키를 비롯해 레드와인과 계피 등의 향신료를 넣고 달짝지근하게 끓여낸 방쇼(vin chaud)와 군밤을 맛볼 수 있다.

▲ 칠면조 요리 [백연주]
▲ 뷔슈 드 노엘 [백연주]
또 한가지 크리스마스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선물. 프랑스에서는 각 가정마다 재미있는 방법으로 선물증정을 하곤 한다.

“매년 할아버지 댁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모두들 30유로(한화 5만 원 가량)의 예산에 맞춰 선물을 가져 옵니다. 모여진 선물에 번호를 적은 후 가족들이 간단한 룰렛게임을 해서 선택된 번호의 선물을 가져가게 됩니다.” 조나단(28세)의 말이다.

프랑소아즈(42세)는 자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렇게 설명했다. “매년 한 사람씩 돌아가며 산타할아버지로 분장을 해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죠. 식사 후에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모두 모여 산타 할아버지의 등장만을 기다린답니다. 선물에 적힌 각자의 이름을 호명하면 한 명씩 나가서 받아오죠.”

▲ 마르쉐 드 노엘 [백연주]
12월 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대중교통과 항공운항이 중단되고, 꽁꽁 얼어버린 거리엔 사람들의 종종걸음이 한창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프랑스인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무분별한 알코올 섭취와 많은 사고 위험 속에서 밤을 지새는 크리스마스 대신 올해는 각자 가족들과 함께 화목하게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