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③] 다자다남, 벽사 등 상징하는 동백
[동백나무③] 다자다남, 벽사 등 상징하는 동백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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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5]
▲ 동백나무. [송홍선]

동백나무의 잎은 광택과 함께 짙은 녹색을 띠며, 꽃은 붉은빛(적색)을 나타낸다.

붉은빛과 녹색은 반대의 빛깔로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녹색은 자연계에서 식물의 잎으로서 생명의 부활을 나타내는 색인 동시에 낙원의 색으로 상징된다. 또한 녹색은 성장과 번영의 색이다. 봄에 녹색의 새싹이 돋아나 자라는 것은 성장과 번영을 의미하고 있다.

붉은빛은 태양, 불꽃을 연상할 수 있어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시킨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붉은빛은 자극적인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쉽다.

동백나무는 녹색의 잎과 붉은빛의 꽃이 대조를 이뤄 아름다움을 배가하고 있다. 이 나무의 꽃은 이런 빛깔 때문에 사람의 눈에 잘 띈다. 그리고 광택을 띤 늘 푸른 잎과 꽃의 모양은 관상 가치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꽃의 모양도 아름답거니와 다른 꽃들이 거의 피지 않는 겨울이 지나가는 찰나에 흐드러지게 피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동백나무는 조엽수림(照葉樹林) 문화대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식물지리구계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백나무의 꽃은 떨어지는 모습이 사람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여 병문안 때 가지고 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를 춘수락(椿首落)이라 하여 불길을 상징하며, 마치 사람의 유언처럼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썩어가기 때문에 인간의 육체나 정신의 분리를 표상하고 있다.

종교적 의미의 동백나무는 꽃을 불교의 행사에 쓰는데, 곳에 따라 동백나무의 꽃을 불전에 바치고 있다. 승려들은 줄기의 껍질을 벗긴 막대기를 지팡이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동백나무 망치는 귀신을 쫓아 그릇된 것을 바로 세우는 염원이 담긴 것이었는가 하면 행운을 바라는 연장으로도 사용했다. 이밖에도 동백나무 망치는 대나무와 함께 혼례상의 자기 항아리에 꽂아 부부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데 썼다.

▲ 흰동백. [송홍선]

동백나무는 많은 열매를 다는 까닭에 다자다남(多子多男)을 상징하게 됐고 나아가서 이 나무는 여자의 임신을 돕는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동백나무 막대기로 여자의 엉덩이를 치면 그 여자는 남자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미신을 낳게까지 했다.

이러한 막대기를 묘장(卯杖) 또는 묘추(卯鎚)라고도 한다. 여기에 묘(卯)자가 들어가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연유한다. 강묘(岡卯)라는 것은 중국 한나라 때 관리들이 허리에 차고 다녔던 단단한 나무망치로서 모든 재액을 막기 위해서 지닌 장식품이다.

한나라 중반 때 미신을 이용해서 왕의 자리에 오른 왕망(王莽)은 뒤에 가서 유수(劉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유수는 광무제(光武帝)로 된다. 이때 백성들은 힘으로 왕의 자리에 오른 유(劉)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劉)라는 글자는 묘(卯), 금(金), 도(刀)의 세 글자로 파자되는데, 여기에서 백성들은 연상적으로 묘일(卯日)을 싫어하게 되었으며 묘일에는 강묘라는 망치를 허리에 차고 나쁜 귀신을 쫓아 버려야 한다는 미신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동백나무는 바닷가 처녀의 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와 머릿기름의 이용, 임신부의 득남을 돕는 속신으로 볼 때 여자와 관련이 많고, 꽃말도 신중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음이기에 소박함을 상징하는 일면도 있다.
 
또한 동백나무는 여러 습속에서 주술의 힘, 영혼의 단절, 벽사 등을 표상한다. 봄의 도래를 알리는 성스러운 나무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소설 ‘춘희(동백아가씨)’에서 유래해 죄를 지은 여자나 사치하고 매력적인 창녀를 의미한다.

이 나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종교적 의미는 물론 조경용이나 관상 가치가 높아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면서 이용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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