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을에 시골 강촌 분위기 물씬
아름다운 노을에 시골 강촌 분위기 물씬
  • 박상건 섬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0.06.01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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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한강 섬을 걷다’ 13] - 노들섬②

현재 노들섬에서는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자리에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한강대교가 지나는 대로변에서 노들섬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숲이 있다. 숲은 어느 시골길을 걷다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쉼 호흡을 하듯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벤치가 있고, 나무 가지 사이로 하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이원등 상사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은 1998년 6월 5일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세워진 것이다. 이원등 상사는 66년 2월 4일 공수특전단 고공침투 낙하조장으로 고공 강화 훈련 중 동료의 낙하산이 기능 고장을 일으키자 전우의 낙하산을 개방시켜 주고 자신은 한강에 추락하여 순직했다.

▲ 노들섬 숲. ⓒ박상건

아무튼 노들섬은 아직도 시골스러운 강촌 분위기를 내준다. 강쪽으로 빠져 나갈수록 한적하면서도 각종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강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낀다.

풀섶에 긴 장대를 꽂아 놓고 입질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곳에는 민물장어가 많이 잡힌다. 노들섬에는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괴물’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 노들섬 안에 있는 벤치. ⓒ박상건
노들섬에서 이촌동 쪽으로 손에 잡힐 듯이 펼쳐지는 강나루가 한강시민공원 이천지구다. 한강 도하 체험장이 여기 있다.

고무보트를 타고 이촌 청소년 수상훈련장을 출발해 반포 체력단련장 호안까지 왕복 2시간(829m) 동안 8명이 한마음으로 노를 저으면서 한강 물살을 헤쳐 나가는 래프팅 프로그램이다. 개인과 직장, 학교 등 사회공동체의 팀워크 훈련장 역할을 하고 있다.

노들섬에서 홀로걷기를 몇 시간째. 서울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한강에는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잠실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항해 중이다. 그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하며 수상스키 동호인들이 한강대교 아래로 빠져 나갔다. 모두가 물 위에서 기쁨과 낭만과 추억을 맛보고 있다.

용산 8경으로 꼽혀 온 노을 지는 강변

자연과 인간의 매개로 흐르는 저 강물. 그 강물 위로 노을이 진다. 곧 서해바다 쪽으로 질 노을을 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그렇게 흘러가고 싶어진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다.
노자는 살아가는 데 최상의 방법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고 했다.

물은 늘 아래로 흐른다.
그 겸허함과 부드러운 표정으로 흐르는 물을 도(道)라 불렀다.

물은 늘 순응한다.
그러면서 씨앗을 틔우고 나무를 기르고 타는 갈증을 풀어준다.

늘 하나로 섞이어 흐르는 강줄기.
그곳에서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고층빌딩 숲에 걸린 남루한 인간의 욕망을 헹구어 본다. 

▲ 노들섬에서 바라본 여의도 63빌딩. ⓒ박상건

‘갈대는 배후가 없다’라는 제목의 임영조 시인의 시집에는 ‘물’이라는 한 편의 시가 있다.
임 시인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빛깔 좋은 서정시를 쓰다가 2003년 세상을 떠났지만 이 강변에서 바라 본 한강 분위기에 썩 어울리는 한 편의 정갈한 시가 아닐 수 없다.

무조건 섞이고 싶다
섞여서 흘러가고 싶다
가다가 거대한 山이라도 만나면
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
더 낮게 흐르고 흘러
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
아무런 부담 없이 맨살로 섞여
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
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
참 밍밍하게 살아온 生을 지우고
찝찔한 양수 속에 씨를 키우듯
외로운 섬 하나 키우고 싶다

그후 햇빛 좋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증발했다가
문득 그대 잠깬 마을에
비가 되어 만날까
눈이 되어 만날까
돌아온 탕자의 뒤늦은 속죄
그 쓰라린 참회의 눈물이 될까.

- 임영조, ‘물’ 전문

노을 지는 이 강변에서는 눈물이든 강물이든 물이 되어 하나로 섞이고 싶다.
물에서 왔으니 물로 돌아가 무심히 흘러가고 싶은 게다.
물처럼 그렇게 섞여서 떠나고 싶은 것이다.

● 노들섬 가는 길

1. 버스는 한강맨션 앞에서 15번, 149번, 6211번, 이촌역 앞에서는 15번, 149번, 6211번(도보 200m).
2. 지하철은 1,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500m, 1호선 서빙고역에서 걸어서 100m. 지하철역으로 볼 때 노들섬의 정확한 위치는 1호선 용산역, 신용산역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1,000m 지점.
3. 승용차는 강변북로 워커힐 방향으로는 한강철교 지나 20m 지점 진입로 이용, 한강대교 지나 1,500m 지점 진입로 이용. 강변북로 난지도 방향으로는 동작대교 전방 200m 지점 이촌나들목(신동아 쇼핑 앞 지하차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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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댁 2010-06-01 14:25:01
노들노들.....용산에 태어나서 이런 노들풍경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매일 한강철교 다니면서도 이런 좋은 곳을 몰랐다니....이번주는 노들섬으로 가봐야하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계속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