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향나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향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1.17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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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7]
▲ 향나무. [송홍선]

한반도의 향나무는 주로 중부 이남에 자란다. 울릉도의 향나무가 유명하다. 울릉군 서면 남양리의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48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특히 울릉도 도동항 주변의 바위 위에 자라는 향나무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믿기 힘들지만 수령이 2000~30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험준한 바위에 뿌리박고 거친 바닷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오랜 세월을 견디어왔으니 참으로 놀랍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의 창덕궁 향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되었는데, 수령은 7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줄기가 마치 용트림을 하듯이 자라났다. 진기한 모양의 나무이다. 고목의 향나무는 이밖에도 여러 곳이 있다. 경기도 양주와 경남 울진 지방에도 500년 정도의 늙은 향나무가 있고, 전남 영암에도 800여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남 송광사의 쌍향수(雙香樹, 곱향나무)는 조계산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건너올 때 짚고 온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자라났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몸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다. 그래서 2그루의 향나무 모습은 스승과 제자가 서로 절을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더욱이 이 나무에 손을 대어 흔들면 극락에 갈수 있다고 전한다.

향나무는 목재가 단단하고 탄력도 별나게 강하여 단궁(檀弓)이라는 활을 만들었다. 필자는 단궁의 재료를 박달나무와 함께 향나무로 여기고 있다. 또한 향나무는 갓의 관자 또는 단추각대를 만들 때에도 이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향나무의 일종은 주니퍼(Juniper)의 향료가 들어 있어 그리스 시대부터 식용의 향미료로 사용되었고, 술에 그 열매를 담가 맛을 더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이 열매를 술에 넣거나 술을 이 나무로 만든 술통에 넣었다가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드라이진(drygin)의 유래란다.

▲ 향나무. [송홍선]

향나무는 심재가 강한 향기를 가지는 것도 이 나무의 특징인데, 이것을 불에 태우면 더욱 진한 향기를 내므로 제사나 엄숙한 의식에 향불 또는 향료로 이용하였다. 향나무의 향이 생각을 풍요롭게 하고 부정을 청정하는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향료가 불가를 비롯해 민간에 이르기까지 널리 보급되어 불전등에 이용되었으며 몸에 지니기도 했다. 향나무의 심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향료의 재료로 시장에서 많이 시판될 정도였다.

게다가 옛날 사람들은 우물가에 향나무를 심었는데, 그 뜻은 여인들이 향나무의 우아한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품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물맛이 늘 향기롭고 향나무와 같이 사철 마르지 말고 항상 넘치도록 흘러내리라는 뜻이 있다. 선비들은 향나무로 목침이나 지팡이를 만들어 길을 가면서도 향기를 즐겼다.

미국의 하바스파이(Havasupai) 소수종족은 어린 아이를 낳게 되면 향나무 일종의 껍질을 손으로 부드럽게 하여 몸을 덮는다. 이 껍질로는 침대 비슷한 것도 만들고 난방의 연료로 사용한다. 야바파이(Yavapai) 인디언들은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낳으면 향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고 잎을 태워 몸을 훈증한다. 신경통이 있을 때 향나무 일종의 잎으로 훈증을 하는 인디언도 있다.

또한 미국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사람을 묘지에 묻은 뒤 시신을 운반할 때에 자국이 난 길을 이 나무의 큰 가지로 쓸어서 그 흔적을 없애버리는 습속이 있다. 그래서 산 사람과 죽은 사람간의 길을 끊어 버리는 것으로 믿었다. 인디언들은 생사(生死)의 절단이나 긴장해소를 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향나무 타령을 마치려 하니 어릴 적 제삿날 향불 향기의 추억이 아른거리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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