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에서 젖(우유)이 나온다고 해서 젓나무(젖나무)로도 부르는 전나무. 한반도의 전나무는 주로 고산 지대와 고원 지대에 많이 자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저지대와 남부지방의 인가 주변에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일본전나무가 심어지고 있다.

또한 전나무는 나무의 줄기가 밋밋하고 가지가 퍼진 모습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도심의 관상수로도 심고 있다. 그러나 전나무는 공해에 약한 단점이 있어 도심에 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 목재는 거칠지만 윤이 나며 가볍고 연하며 향기가 강하고 산미가 있다. 여기에다가 표백이 잘 되므로 펄프재로 적당하며 건축, 토목, 가구 포장재 등으로 이용이 많다.

전나무는 항상 녹색의 잎을 달고 있는 늘 푸른 나무이다. 이에 대한 독일의 전설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느 날 예수 그리스도가 비를 피해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주변의 전나무만이 주님 위에 가지를 펼쳐 비를 막았다. 그래서 주님은 그 은혜의 보답으로 전나무 잎을 탈락시키지 않고 오랫동안 녹색의 잎을 가지도록 허락하였다. 또 다른 독일의 전설에는 그리스도교의 성인이 오래된 전나무를 베어 그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가 분노한 이교도에게 살해되었단다.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는 한반도의 구상나무가 좋다지만 그 기원은 전나무 사용의 독일문화권에서 유래한다. 8세기 독일에 파견된 선교사 오딘은 신성한 떡갈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야만적 풍습을 중지시키려고 옆의 전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가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라”고 설교한데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 후 16세기 독일의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ur)는 성탄 전날 밤에 숲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영롱한 달빛이 눈이 쌓인 전나무 위에 비쳐서 하얀 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그는 “인간은 저 전나무와 같다.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추일 수 있는 존재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마르틴 루터는 이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왔고, 전나무에 눈 모양의 솜과 빛을 발하는 리본과 촛불을 장식하였단다. 그리고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일반 가정이 아닌 16세기 브레멘의 한 직인조합 축제 풍속이었다. 그러나 트리를 세우는 풍습이 독일 전체로 퍼진 시기는 19세기였다.


한반도의 전나무는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이용함과 동시에 이상하게도 불교의 사찰 부근에 많이 심어졌다. 경북 예천군 북쪽의 명봉사와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의 월정사 등에 특히 많이 심어졌다. 또한 전나무는 궁궐이나 사찰 또는 관아의 건물, 서원 등을 짓는 데에 기둥이나 대들보로 많이 이용되었다. 옛 문헌에 ‘전나무는 곁가지가 거의 없고 높이 자라고 밋밋해서 왕실을 짓기 위해 베어졌다’라는 기록이 있다.

독일에서는 집의 상량식 때에 전나무를 사용한다. 집의 지붕이 완성되면 이웃 처녀들은 화려하게 꾸민 전나무를 들고 집 주위를 3번 돈다. 그 후 목수는 전나무를 위로 올리고 축사와 함께 대들보에 박아 고정시킨다. 전나무는 혼을 가지고 있어 집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독일에서는 이 나뭇가지를 대문이나 축사 앞에 놓아 나쁜 병을 제거하는 습속이 있고, 어린 전나무에 2개의 양초를 꽂아 결혼식에 내거는 풍속도 전한다.

전나무는 고대 유럽의 게르만(Germanen)인의 생활에서 어둠, 죽음, 추위를 상징하며, 겨울에도 늘 푸름을 유지하는데서 영속성, 희망, 견실함의 표상으로 여겨 숭배하였다. 그리고 전나무는 안정되고 강한 이미지와 함께 도도하고 고결한 성품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