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자라는 인동덩굴
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자라는 인동덩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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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6]
▲ 인동덩굴. [송홍선]

인동덩굴은 한자로 인동(忍冬)이라 쓴다. 늦게 나온 잎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의 잎이 겨울에도 살아남아 붙어있기 때문에 반상록성의 덩굴식물이라 할 수 있다. 꽃빛깔은 처음에 흰빛이었다가 점차 노란빛으로 변한다. 때문에 금색과 은색이 한꺼번에 피는 꽃이라 하여 금은화(金銀花)라 부르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장식문양의 도안으로 널리 알려진 것 중에 인동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 있다. 인동당초문(忍冬唐草紋)이 그것이다. 회화, 공예, 조각 등에 도입되면서 장식문양으로 널리 이용됐다.

인동당초문의 인동이 어떤 식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인동당초문은 문양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덩굴성의 인동덩굴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당초문의 당초는 난초로 보고 있다. 우리가 가꾸는 사군자 속의 보춘화(춘란) 등이다. 따라서 난초를 도안화하여 연속무늬(덩굴)로 만든 것이 인동당초문이다.

한반도에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다양한 인동당초문이 나타난다. 백제 무령왕릉 출토의 금제 뒤꽂이 등에 인동당초문의 형식이 보이고, 경주 천마총 출토의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천마도에서는 천마문의 가장자리에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의 인동당초문과 유사한 형식이 보인다.

경주 부근의 절터에서는 중국 운강석굴(雲岡石窟)의 인동당초문과 관계되는 각종 형식이 나타난다.

인동덩굴은 보통 다른 물체를 시계방향의 오른쪽으로 감으면서 자란다. 사람들은 이를 인동덩굴이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왼 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듯 오른쪽으로 감는 성질이 귀신을 옭아맨다고 생각한 것 같다.
 
또한 옛 사람들은 인동주를 만들어 마시면 인동덩굴이 겨울을 이겨내듯이 고난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간에서 전하는 민속신앙도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부인이 아이를 낳은 후에 허리가 아프면 인동덩굴을 수집해 허리에 감는 습속이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아픈 허리가 낫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어떤 지방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인동덩굴을 걷어다 마당에서 불을 지피는데, 이렇게 하면 잡귀가 인동덩굴이 타는 냄새 때문에 근접을 하지 못하고 모두 달아나는 것으로 여겼다.

▲ 인동덩굴. [송홍선]

옛날에는 인동덩굴 줄기를 짓찧어 감초와 함께 썰어 넣고 여러 번 끓여 만든 음료를 약으로 썼다. 인동덩굴 줄기는 해열, 진통, 소염 효과가 있고, 꽃은 맹장염, 복막염, 폐렴 등에 탁월한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부인들의 유방염이나 자궁내막염 등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세균의 발육을 억제시킨다. 줄기와 꽃 모두 약용으로 쓰고 있다.

민간에서는 구내염 등에 좋다고 믿어 인동덩굴을 달인 물로 양치질을 했다. 또한 감기에 걸리거나 온몸에 통증이 있을 때에 인동덩굴의 줄기를 뜯어다가 푹 끓여서 그 물을 마시는 습속이 있었는데, 지금도 줄기와 잎을 음지에서 말려서 차로 만들어 먹는 곳이 있다.
 
어린이들은 꽃을 따서 끝을 빨면 달콤한 맛이 있으므로 즐겨 따먹었다. 그러나 인동덩굴은 약한 독이 있으므로 처방이 없이 오랫동안 먹는 일은 좋지 않다.

별명의 노사등(鷺사藤)은 꽃이 피었을 때 마치 학이 나는 모양과 같다는 뜻이다. 겨울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데서 인내와 의지를 상징한다.

한반도에서는 한때 겨울에도 살아남는 인동덩굴이 어느 정치인의 인생역정을 비유해 ‘인동초 같은 사람’ 또는 ‘인동초 승리’니 하면서 떠들었던 때도 있었다. 인동덩굴은 풀이 아니라 나무이다. 인동덩굴의 줄기는 아버지의 사랑을 의미한다.

꽃말은 헌신적인 사랑, 사랑의 인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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