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과 진보신당을 위한 변명
노회찬과 진보신당을 위한 변명
  • 백병규 시사평론가
  • 승인 2010.06.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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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규의 시사돋보기]
진보신당, 특히 노회찬 대표가 6ㆍ2 지방선거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박빙의 승부 끝에 2만여표의 근소한 표차로 역전패 당하자,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선거전 막판에 눈물을 머금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후보 사퇴 결단을 내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서울시장을 한나라당에게 내준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압도적이다. 서울시장의 상징성과 2만여 표에 불과했던 근소한 표차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간절히 원했던 유권자들로서는 서울시장을 한나라당에 내준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릴 만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노회찬 후보와 진보신당에게 돌리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굳이 그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노회찬 후보와 진보신당을 원망하기 이전에 민주당의 책임을 먼저 거론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야권 연대 틀 무산의 책임은?

진보신당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만으로도 할 만큼은 했다. 비록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한나라당이 승리함으로써 심 후보 사퇴의 의미가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 막판 수도권에 반MB 표 결집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그런데도 심상정 사퇴로도 부족해 노회찬까지 사퇴했어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 결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온당치 않다. 그것은 진보신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세훈 후보와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각종 여론조사의 ‘여론조작’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으로 달려 나간 반MB 표심의 ‘열정’과 ‘결집’을 생각할 때 간발의 표 차이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아쉬울 수 있지만,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민주당과 한명숙 후보가 겸허하게 짊어질 몫이다.

선거 전체 맥락을 복기하면 더 그렇다.

진보신당은 야권 연대 협의틀인 ‘5+4’ 논의에서 조기 퇴장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애초부터 전면적인 정치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한 민주당의 책임도 그 못지않다. 진보신당이 빠진 ‘4+4’ 논의조차 합의가 번복되면서 결국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경남 지역 등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긴 했다지만, 상당 지역에서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를 얼마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경기도에서 극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또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 사퇴로 명실 공히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유시민 후보가 그 지지 세력을 온전히 끌어안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민주당과 민노당 등의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다지만, 그 효과가 그리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5+4’ 연대 논의를 앞서간 인천과 경남지역의 선거 결과는 야권 연대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을 때의 파괴력을 잘 보여줬다. 이들 지역에서는 중앙 차원에서의 논의와는 또 다르게 일찍부터 야권 연대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 때문에 중앙 차원의 논의가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차원에서 실질적인 야권연대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김두관 무소속 후보의 당선, 그리고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인천에서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야당 후보로 첫 당선된 것이나, 민주노동당 두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된 것은 바로 이런 모양 좋은 야권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 큰 정치’에 대한 열망

민주당이 처음부터 수도권 3곳 가운데 한 곳은 양보할 생각으로 정치협상에 나섰다고 한다면 연대 논의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진행됐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정치권 사람들은 정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공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민주당 등 야권에 승리를 안겨준 ‘밑바닥 민심’은 바로 그런 ‘순진한 사람’들이 이뤄낸 것이다. 그 어느 정치세력도 마땅찮아 하면서도 MB 정권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으로 간 그 ‘순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6ㆍ2 지방선거 결과는 다시 한 번 민주당 등 야권에게 ‘통 큰 정치’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당리당략과 기존의 정치적 기득권에서 벗어날 때 민심도 적극 호응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처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으로는 ‘MB 독선’에 대한 야권의 중심으로서 분명한 대응과 민주진보 세력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게는 진보 정치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민주 평화세력과의 폭넓은 제휴와 연대를 위한 보다 유연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진보세력의 통합 필요성 또한 이번에 절감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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