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놓치기 싫은 만개 '벚꽃'
봄의 길목에서 놓치기 싫은 만개 '벚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4.0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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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90]
▲ 개벚나무. [송홍선]

‘사꾸라’라는 일본말이 있다. 흔히 벚나무 종류이거나 일본 나라꽃의 왕벚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사꾸라는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사기꾼 비슷한 사람을 비유한 말로도 쓴다.

쉽게 설명하면 사꾸라는 길가에서 소리치며 물건을 사는 체하면서 다른 진짜 손님을 끌어들이는 상인 보조원 같은 경우이다. 사꾸라의 왕벚나무는 보통 그 자체이거나 그 꽃을 ‘왕벚꽃’이라 이름한다. 우리나라 도로 주변에 널리 심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꾸라의 풀이야 어쨌건 한반도의 왕벚꽃은 3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이 피는 시기는 서귀포 지역이 제일 빠르다. 4월로 접어들면 진해를 거쳐 서울의 중부지방까지 왕벚꽃이 만발한다. 꽃은 5월 초순까지 계속해서 핀다. 대중매체는 개화소식을 재빨리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만발하게 핀 왕벚꽃의 아름다움을 봄의 길목에서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 진해시에서는 매년 4월초부터 중순까지 벚꽃이 만개되는 때를 맞춰 군항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이곳 마산의 마진터널 남단부터 시작하여 진해역에 이르는 4km의 길에 70,000만여 그루의 벚나무 종류가 길가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도로변에 무리로 심어진 것이 크게 자라 꽃이 피면 보기에 좋다. 또한 문일평은 ‘화하만필’에서 우이동의 벚꽃은 지금부터 280여년 전에 효종이 북벌을 계획할 때 궁재(弓材)로 사용하려는 의미에서 심었다라고 설명하였다.

▲ 벚나무-개화. [송홍선]

일본 사람들은 왕벚꽃이 나라꽃이어서 그런지 왕벚꽃 애호광이다. 봄에 사꾸라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모두들 들뜬다. 이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의 보도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사꾸라 전선(前線)이 어디까지 왔다고 매스컴이 매일 일기예보처럼 알려준다. 일본인들은 3월초부터 5월말까지 이어지는 왕벚꽃의 북상을 상세하게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국의 나라꽃인 왕벚꽃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굵고 짧게 산다’는 격언을 왕벚꽃에 비유할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 왕벚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한꺼번에 만개하기 때문에 모두 활짝 피면 무척 아름답다. 그렇지만 꽃샘하는 비바람이 불면 일제히 떨어지는 애석한 꽃이다. 일본 사람들은 꽃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현상을 단결과 희생의 표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런 꽃에 삶의 격언을 비유할 만큼 그들은 왕벚꽃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아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기 위하여 한반도의 방방곡곡에 왕벚나무를 마구 심어 놓았다. 1990년대 초에는 일본의 조경수 교환 제안으로 우리 나라꽃인 무궁화가 동경시에 가로수로 심어졌고, 일본에서 보내온 왕벚나무가 서울의 도로변에 심어졌다. 이를 두고 당시의 필자는 일본이 제2의 식민시대를 사람이 아닌 왕벚나무 등의 식물로서 우리나라를 지배할 속셈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칼럼을 쓰기도 하였다.

한편 벚꽃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어 짧게 소개한다.
 
노래와 벚꽃을 좋아하였던 스님은 가난한 아이들을 보면 벚꽃을 구경할 여비를 주고 암자로 돌아오곤 하였다. 어느 날 스님은 어느 잿마루에서 한 나무꾼을 만났다. 스님은 나무꾼에게 “이곳에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나무꾼은 “당신은 가인이신 모양이죠”라고 되묻고 나서 “갈 때는 옴쳐 있던 꽃이 돌아올 때에는 피었구나. 아, 아름다운 벚꽃이여”라고 노래하였다. 스님은 나무꾼조차 노래를 읊조리니 이 마을에 들어가서 잘못하다간 큰 창피를 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던 발길을 돌렸다.

이 이야기에서는 과즉필개(過則必改), 즉 자신의 잘못을 재빨리 고치는 것이 옳고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꽃말은 정선(正善), 뛰어난 미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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