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꽃 ‘히아신스’
슬픈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꽃 ‘히아신스’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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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92]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히아신스(Hyacinth)는 사랑스런 꽃모양과 그윽한 향기가 일품인 4월의 꽃이다. 이 꽃의 원산지는 소아시아이다. 원산지에서 1576년 네덜란드인에 의하여 유럽에 소개되어 개량된 후 오늘날 많은 원예품종이 생겨났다.

영국에서는 1596년을 ‘꽃의 역사상 기념할 만한 해’라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한 유래는 히아신스가 영국에 도입된 엘리자베스 1세 치하의 1590년대 초를 시작으로 하여 이어진 것이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히아신스와 함께 여러 가지 진기한 꽃이 수입되었는데, 그 주요 종류는 칸나, 아네모네, 시클라멘, 글라디올러스, 백합, 금잔화, 라일락, 로벨리아 등이다.

히아신스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사랑은 대단하였다. 유럽 사람들은 히아신스 광이 득실하였던 18세기 초에 무려 2000종 이상의 변종을 만들어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자연적인 운치를 주기 위하여 정원의 나무 그늘에 히아신스를 심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히아신스를 관상용, 온실용, 선물용 등으로 쓰기 위하여 재배하고 있다. 한반도에 도입된 시기는 1912∼1926년 사이에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에는 1854∼1860년 사이에 유럽으로부터 들어와 소개되었다.

히아신스는 크게 네덜란드에서 개량된 덧취(Dutch) 계통과 프랑스에서 개량된 로만(Roman) 계통의 두 집단이 있다. 원예적으로 말하는 히아신스는 보통 덧취 계통을 일컫고 있으며, 현재 이 계통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파르타왕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히아킨토스(Hyacinthos)는 태양의 신 아폴론(Apollon, 신화에서 여성 및 남성과 사랑을 나눔)과 바람의 신 제피로스(Zephyros)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히아킨토스는 제피로스보다 아폴론을 더 좋아하였다.

제피로스는 이를 언제나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을 때에 히아킨토스와 아폴론이 함께 원반던지기를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피로스는 갑자기 분노와 질투가 치솟아 올라 숲속에서 거센 바람을 불게 하여 아폴론이 던진 원반을 히아킨토스의 이마에 맞게 하였다.

▲ 히아신스. [송홍선]

히아킨토스는 아폴론의 무릎에 기대어 죽고 말았다. 그때 히아킨토스의 피가 떨어진 땅에서 슬픔의 말을 새긴 꽃이 피어났기 때문에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이 꽃의 이름을 히아신스라 부르게 되었다. 스파르타에서는 히아킨토스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하여 히아신스의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히아킨티아(Hyacinthia)라는 축제가 열리기도 하였다.

히아신스 탄생화 유래담의 다른 신화이야기도 다음과 같이 전한다. 호머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ia)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의 용사 아킬레우스(Achilles)는 갑옷을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estos)로부터 받고 율리시스(Ulysses)라 부르는 오디세우스(Odysseus)나 아이아스(Aias) 2전사 가운데 한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지혜는 용기를 이긴다’는 이유를 들어 갑옷을 오디세우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아이아스는 이를 크게 실망하여 자살하였고, 그 때 흘린 피 속에서 노란빛의 히아신스가 피어났다. 이 꽃잎에는 아이아스의 머리글자인 (AiAi)가 새겨졌단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 비너스)는 아름다워지기 위하여 이 꽃의 이슬로 목욕하였다. 제우스(Zeus)와 그의 아내 헤라(Hera)는 이 꽃을 잠자리에 깔았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신화 때문에 죽음의 슬픔이나 추억을 표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꽃의 꽃향기를 어여쁜 여인의 향기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꽃말은 보랏빛의 경우 비애, 추억, 불행을 의미하고, 이 밖에도 승부(노란꽃), 겸손한 사랑, 유희 등의 꽃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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