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잠긴 얼굴’ 닮은 꽃 팬지…삼색제비꽃
‘생각에 잠긴 얼굴’ 닮은 꽃 팬지…삼색제비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5.2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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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3]
▲ 삼색제비꽃. [송홍선]

삼색제비꽃은 유럽에서 개량된 꽃이다. 꽃빛깔이 3색인 것이 특징이지만 원종과는 꽃의 생김새와 크기 또는 색채 등이 현저하게 다르고 다양하다.

꽃의 지름이 10cm 정도에 달하는 큰 품종도 있다. 원종은 유럽 산악지대로부터 북극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다.

우리말의 삼색제비꽃은 화려한 3색의 꽃빛깔을 나타내는 제비꽃 종류를 뜻하고 있다. 영명으로는 팬지(Pansy)라 부르는데, 이는 3가지 꽃빛깔의 꽃이 마치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국과 같이 보인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팬지의 이름은 프랑스어의 팡세(Pensées, 명상)에서 유래하고 있다.

삼색제비꽃은 1629년부터 원종이 화원에서 재배됐다고 하지만 개량종이 나타나기 시작은 시기는 18세기 말이다. 삼색제비꽃은 영국의 정원사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량됐다.

그리고 1812년 테임스강 주변에 살고 있던 어느 백작의 딸이 이 꽃을 너무도 좋아해 넓은 정원에 가득 심었다. 그 후 그녀는 매년 우수한 꽃을 추려서 씨를 받아 재배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우수한 꽃이 탄생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전설에 따르면, 사랑의 시녀 엔젤은 춘풍을 타고 지상에 내려왔다. 그녀는 땅위를 걷다가 화려한 제비꽃과 비슷한 크고 아름다운 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꽃을 보자 ‘더욱 아름답고 고고하게 맘껏 피어서 이 세상에 사랑과 희망을 퍼뜨리라’고 속삭였다고 한다. 또, 이 꽃이 우아하고 귀여운 것은 천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전한다.

▲ 삼색제비꽃. [송홍선]

또한 삼색제비꽃은 5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아래에 있는 3개는 화려하고 위의 2개는 단순한 빛깔이다. 빛깔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독일에서는 화려한 3개의 꽃잎 중 제일 앞에 있는 큰 것을 계모로 보고, 그 위의 2개를 데리고 온 딸이라 여기며, 또한 나머지 2개의 꽃잎은 전처의 딸이라 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은 계모와 데리고 들어온 딸은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전처의 딸들은 구박을 받고 있는 것이 불쌍하다고 하여 이를 구하여줄 것을 하나님께 빌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전처의 딸들을 구하여서 삼색제비꽃으로 바꾸어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삼색제비꽃을 ‘작은 계모’라고도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큐피드(Cupid)는 어느 날 자기가 좋아하는 님프의 가슴에다 사랑의 화살을 쏘았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런데 화살을 님프에게 날아가지 않고 엉뚱하게도 제비꽃 쪽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자 제비꽃은 이 상처로 인하여 하얗던 꽃이 자줏빛, 노란빛, 흰빛의 3색으로 변했고, 그때부터 그곳에서는 귀여운 삼색제비꽃이 생겨났다. 또한 천사들이 제비꽃에 입을 3번 맞추자 3색의 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햄릿)에는 사랑에 정신이 나간 오필리아(Ophelia)가 삼색제비꽃을 손에 들고 그 꽃을 비유하여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시에서는 하우스윗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동화적이면서도 인간의 깊은 심연을 그려낸 화가 앙리 루소는 어느 부인에게 부친 편지 속에 삼색제비꽃을 넣고 그 위에 ‘그대에게 나의 모든 삼색제비꽃을 바친다’라고 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삼색제비꽃은 유럽에서 고양이에 비유한 이름이 많은데, ‘길을 달리는 꼬마 고양이’, ‘턱수염이 난 꼬마 고양이’, ‘고양이 제비꽃’, ‘고양이 얼굴’ 등이 좋은 예이다. ‘애인의 꽃’, ‘의리있는 자매’, ‘나를 꺾어요’, ‘안아주세요’, ‘재빨리 키스해요’ 등의 별칭도 있다.

꽃말은 순애, 쾌할한 마음, 나를 생각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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