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오피스텔을 임대해주고 있는 사은희(48·여·송파구) 씨는 최근 5개월 동안 월세를 받지 못해 속이 탄다.
지난해 여름 입주한 세입자가 처음 두세달은 60만 원의 월세를 잘 내다가 이후 입금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보증금에서 못 받은 월세를 충당하고 있지만 연락조차 끊고 있는 세입자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
이러한 임대사업자가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로 세입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데다 월세 상승률은 지난해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사씨가 세를 준 작은 평수의 오피스텔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월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방 한 개(원룸)의 월세 가격지수는 106.0(2010년 6월을 100으로 했을 때)으로 전년 말보다 3.9% 올랐다. 방 두개(투룸)는 2.8%, 방 세개(스리룸)는 2.0% 상승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월세지수는 2010년보다 2.6% 올라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는 오피스텔 상승률이 4.1%로 가장 높고, 단독주택 4.0%, 연립·다세대주택 3.4%였다. 아파트만 1.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월세 오름세의 이유로 전세 가격의 급등 여파를 들고 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전세금 부담을 못 이긴 가계가 월세로 옮겨감에 따라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며 “이런 현상은 올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월세 세입자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세가 오르면 세입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과 같은 임대회사의 월세 관리체제를 도입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