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①
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11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에서 온 낯선 손님과 구름 청중의 열기

다음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여야 176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해 가결된 법이다. 협동조합은 저성장 궤도로 접어든 세계경제를 이끌 제3의 섹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협동조합법 제정을 추진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주식회사가 주축을 이룬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세우고자하는 서울시의 경우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진 시민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4회에 걸쳐 협동조합을 집중 분석한다.

연재 순서
①유럽에서 온 낯선 손님과 구름 청중의 열기
②유럽 협동조합의 역사와 한국경제의 특징
③서울시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
④자본주의 경제 제3의 섹션, 협동조합의 미래

▲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12 시민사회단체 대국민 소통 한마당에서 개막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10월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작은 강연회가 잇따라 열렸다. 협동조합 분야의 세계 석학인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교수 부부가 방한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특임장관실·재단법인 행복세상의 공동 초청으로 방한한 자마니 교수 부부는 두레생협연합회,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시작으로 특임장관실이 주최하는 ‘대국민 소통 한마당 행사’와 서울대학교, 서울마을 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2일 서울시청 신청사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특강에는 100여석이 가득차 일부 청중을 선 채로 자마니 교수 부부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승자 독식보다 골고루 나누는 경제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한국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열의가 뜨겁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라며 “민주적으로 사회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기업형태인 협동조합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 중심이고 재벌 대기업들은 한국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이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경쟁보다는 모든 사람이 이기는 협동조합이 장기적으로 유익할 것이며, 협동조합은 결국 일반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마니 교수는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협동조합은 원칙적으로 해고를 하지 않는다”며 “가족이 어렵다고 해서 5명을 4명으로 줄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자마니 교수 부부를 초청했다.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를 전파하고 이미 조합설립에 뛰어든 국민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협동조합기본법은 그동안 8개 개별법에서 규정한 분야에서 필요한 요건을 갖춰야만 했던 협동조합 설립의 제약을 모두 풀었다. 또 당초 최소 300인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애고 5명만 뜻을 같이 해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설립 영역도 금융·보험업 외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협동조합도 설립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협동조합기본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영세 상인·소상공인의 협력사업 확대로 경쟁력 강화 ▲자활공동체, 돌봄사업 등의 자생력 강화 ▲낙후지역 사회안전망 구축과 지역개발을 활성화 등 여러 목적의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당장 12월초부터 협동조합 설립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전망이다. 특히 현재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성격을 갖는 사업단체가 8000여 개에 달해 이들만 따져도 1만여 개의 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에 맞서 상권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는 재래시장 상인회 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제과점에 밀려난 동네 빵집들도 5곳만 모이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동네 빵집 조합이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겨뤄 이익을 내고 규모를 키워 나간다면 지역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서울 지역경제 활성화 순기능과 역기능

서울시가 기대하는 협동조합의 효과도 얻게 된다. 현재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 등도 협동조합 형태를 갖춰 운영한다면 더 큰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동네빵집과 지역화폐 조합은 각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조합과 공익적 성격을 강화한 사회적 햡동조합으로 나눌 수 있다.

국회와 정부는 조합원의 실익 증진이란 기존 협동조합의 목적과 공익실현이라는 최근 부상한 설립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이란 이중 구조를 갖도록 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일면 당장 일자리가 늘어나겠지만 자영업자들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조합이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해체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결국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에 따라 난립한 협동조합이 자생기반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실업자 양산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조합에 투자한 조합원들의 손실도 보전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는 사실이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은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시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가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