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도시 만들기 나선 서울의 미래는?
협동조합 도시 만들기 나선 서울의 미래는?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0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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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④] 속속 조합설립 신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시청에서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찰스 굴드 사무총장과 서울시의 역할과 국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시청에서 서울을 방문한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찰스 굴드 사무총장을 만나 서울시의 역할과 국제 협력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박 시장은 굴드 사무총장에게 ‘협동조합도시 서울’ 조성을 위한 시의 활성화 계획을 소개하고 협동조합 진흥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또 ICA와 서울시 간의 협력방안, 사회적 경제 국제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서울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박 시장은 앞서 “협동조합은 지난 160년 동안 많은 도시를 살리고 시민에게 희망을 준 오래된 미래”라면서 “협동조합은 경제위기와 사회위기의 순간마다 갈등완화, 일자리 창출, 생산적 복지를 이끌어온 만큼 협동의 가치와 성과를 발판으로 희망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미 시작된 ‘협동조합도시 서울’ 만들기

지난 11월 박 시장의 유럽 순방도 다양한 협동조합 성공사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박 시장은 서울시를 협동조합 도시로 만들기 위한 수순을 차례차례 밟고 있다.

협동조합 도시 서울시의 구상은 이달부터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순풍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3일부터 시청 열린민원실에 ‘협동조합 설립신고 접수 지원창구’를 마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첫 협동조합 설립 신고자는 대리운전 기사들이었다. 이들은 3일 오전 9시 서울시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첫번째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조합원 100여 명은 지난 3월부터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새벽까지 일을 한 뒤 서울시의 첫 협동조합 설립신고에 나섰다.

이후 협동조합컨설팅,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성북도시생활폐기물관리 등이 첫날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접수했다. 일반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이 모여 정관을 만든 뒤 총회를 열어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고 등기하면 설립된다.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은 담당 부처의 인가가 필요하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첫 조합설립 신고

앞으로 서울시의 협동조합 설립 신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많은 시민들이 새로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이 규정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이 많아지고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조합 설립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내려질 때 많은 단체가 협동조합 설립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협동조합은 상법상 규정된 기업형태와 다른 경제 주체일수도 있고 사단법인과 유사한 형태의 법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업이나 다른 사단법인과 구별된다. 특히 협동조합은 자본과 금융의 결합체가 아닌, 인적인 결합체로 뭉친 공동체적인 회사로 규정할 수 있다. 수익여부에 따라 아무 때나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 가치관, 바램, 관심을 중요시한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시민들이 모여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세운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은 구성단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자율성을 담보로 한다. 이런 협동조합은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경제의 틀에서 한 걸음 벗어난 제3의 섹션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기업과 차별화된 제3의 경제 섹션

협동조합과 기업의 차이는 목적과 정의에서부터 드러난다. 협동조합은 △자주ㆍ자립ㆍ자치적 협동조합 활동 촉진 △공생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기업은 상법상 상행위에 관한 규정에 따른 목적을 갖는다.

정의 또한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 △(사회적) 지역주민들의 권익, 복리 증진 등과 관련된 사업 추진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 제공 등을 내세운다. 기업은 이와 달리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규정한다.

협동조합의 설립목적과 운영원칙은 더욱 세분화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및 상호부조 △자발적 결성, 공동의 소유, 민주적 운영 △투기목적의 행위 금지 △소수 조합원의 이익 사업 금지 △다른 협동조합과 상호협력 및 공동사업 등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영리의 목적만 내세운다. 협동조합과 기업은 태생부터 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협동조합을 통해 서울시의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하는 이유는 뭘까.

협동조합은 자율적인 설립을 통해 운영하는 법인이지만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및 상호부조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상호부조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인 신자유주의식 자본주의에 대해 뚜렷한 구분선을 긋는다. 상호부조는 과거 우리 사회의 두레나 향악 등과 유사하다. 농경사회에서 두레는 마을 단위로 제한적인 공동 작업을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 했다.

미국의 사회적 협동조합 부진, 이유는?

유럽에서 처음 출발한 협동조합도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힘을 모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태였다. 같은 이념을 갖고 공동 작업이나 재능기부와 유사한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사회주의 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전통적 협동조합과 미국 협동조합의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사회공헌을 우선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유럽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다.

유럽에서의 사회적 기업은 많은 나라에서 1990년대 이후에 법적 지위를 마련했다. 북미에서는 1997년 캐나다 퀘벡주가 유일하게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연대협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얻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각국의 법적 형태는 크게 협동조합 모형, 회사 모형, 개방식 모형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사회적 협동조합도 사회적 기업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같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미국에서 태동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유럽 자본주의와 다른 미국식 자본주의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민 협동조합 이해가 관건

협동조합 모델이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것은 아니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에 따르면 적지 않은 대규모협동조합들이 파산하거나 주식회사형태로 전환했고, 살아남은 협동조합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주식회사방식의 자본조달구조 및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필요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신세대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마이크로파이낸스, 지역협동조합 등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협동조합화를 통한 대안도 모색되고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와 이탈리아의 볼로냐지역의 협동조합복합체, 캐나다 퀘벡주의 협동조합복합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지역은 다양한 협동조합들의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하여 협동조합 지역사회의 형성이라는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난달 유럽순방길에 들른 곳도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와 이탈리아의 볼로냐 지역이었다.

서울을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과 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에 너무 깊이 물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서울시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다. 서울시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 시행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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