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모아 사람다운 삶 꾸며온 넝마공동체
양아치 모아 사람다운 삶 꾸며온 넝마공동체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06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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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첫 발, 강남 생활 쓰레기 뒤져 살아온 25년

넝마공동체는 윤팔병 전 대표(전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가 1986년 1000만 원의 기금을 내놓아 설립했다.

윤 전 대표는 1977년 강남 영동고등학교 앞에서 헌책방을 하며 고물상과 양아치(넝망주이를 부르던 속칭)들과 인연을 쌓은 뒤 당시 사설 고물상을 운영하던 문영삼 씨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른바 양아치로 멸시 당하던 넝마주이들의 인권을 지키고 사람답게 사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윤 전 대표는 국립대 정교수 자리를 박차고 농업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철학자 윤구병 변산공동체 대표의 친형이다. 윤 전대표와 문영삼, 대졸 출신 넝마주이 송경상 씨 등은 1987년 영동5교 아래 터전을 마련, 20여 명의 회원과 함께 공동체를 시작했다.

당시는 6월 민주항쟁 이후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원이 잇따랐고 공동체 가족도 60여 명 이상 불어나기도 했다. 영동5교 아래 컨테이너 숙소에는 아기를 가진 신혼부부 등 40여 명이 공동체적을 삶을 일구었다.

그동안 공동체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많은 위기를 겪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분류하고 다시 내보내는 작업장 확보였다. 넝마공동체는 1999년 개포동 남부적십자혈액원 옆 시유지를 점유했으나 이번에 모두 철거되고 말았다.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되면서 자본을 앞세운 재활용업체가 아파트단지 쓰레기를 독점하게 된 것도 넝마공동체의 수익구조를 바꿔 놓았다.

과거 넝마공동체는 각 가정에서 직접 전용 통로로 버리던 강남 고층아파트의 생활쓰레기를 치워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넝마공동체의 집게와 리어카는 이제 막강한 자본을 앞세우는 재활용업체에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넝마공동체는 대형업체에서 손대지 못하는 생활 쓰레기에서 다시 재활용품을 찾아낸다. 무엇보다 공동체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하위 1%의 도시빈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으로 서울 강남에 뿌리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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