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공동체, 시청 로비 장기농성 시작
넝마공동체, 시청 로비 장기농성 시작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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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요구사항 제시, 한겨울 철거 집행 강남구청 강력 비난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의 강제철거로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고 있는 넝마공동체가 6일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대부분 60~70대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들로 구성된 넝마공동체는 지난달 강남구청이 동원한 철거용역에 쫓겨난 뒤 찜질방과 강남경찰서 민원실, 관악구 노숙자 쉼터 등을 전전하며 영하의 추위를 피해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하룻밤을 보내던 찜질방 사용료도 더 이상 없는데다 자활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 회원들이 노숙자 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어 겨울밤 숙소 마련이 어려웠다.

넝마공동체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시청 앞에서 이같은 사정을 발표한 뒤 시청 로비 안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말이 농성이지 사실은 잠 잘 곳도 없는 주민들이 청사 1층 한 켠에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임을 헤아려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 강남구청에 대해 “내년 봄까지라도 지금의 넝마공동체에 대한 고립·탄압 조치를 중단하고 인도적 조치를 취한 후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서울시라도 나서서 잠잘 곳을 보장하고, 즉각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긴급 요구사항으로 ▲당장의 숙식처 제공 ▲자립·자활터전 마련 ▲수급자 지정 및 개인파산, 개인회생 법률지원 ▲사회적 협동조합 ‘나눔제작소’(넝마공동체 설립)의 자활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자립·자활터전 마련 방안으로 4가지 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 안으로 탄천운동장(대치동 2번지)이나 운동장 옆 잔디밭을 요구했다. 현재 강남구청이 관내 잔디밭 조성을 위히 묘포방으로 쓰고 있는 탄천운동장은 넝마공동체가 기존 영동5교 아래서 쫓겨난 뒤 임시 숙소를 설치했으나 다시 기습철거 당한 곳이다.

두 번째 안으로 개포동 남부적십자혈액원 옆 공터를 제시했다. 서울시 시유지인 이 공터에는 현재 강남구청이 넝마공동체 점유를 막기 위해 나무 수백 그루를 식재해 둔 상태다.

세 번째 안은 일원동 4-5번지의 강남자원회수 시설을 들었다. 강남자원회수 시설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곳으로 3층의 사무동 가운데 상당수가 빈 채로 방치돼 있고 쓰레기 악취로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넝마공동체는 자원회수시설을 이용하는 재활용업체 등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허용할 경우 강남자원회수 시설 안에 재활용 자원분류 작업장과 공동체 숙소 등을 설치하는데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 안으로 영동5교 아래서 올겨울 한시적인 주거를 요구하고 있으나 강남구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넝마공동체 회원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신용불량자, 65세 이상 고령자,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이지만 주소지가 없어 수급자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넝마공동체는 올 하반기부터 회원들의 신분보장과 사업 확대를 위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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