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여의도의 참맛은 한강둔치의 여유로운 산책과 유람선 여행이다.
둔치에서는 각종 동호회 모임과 연날리기 대회, 한강 수영대회, 어린이 한강 그림 그리기 대회 등이 열린다. 한강변 그 풍경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이를 그리는 상상화, 상상력 속에서 나를 반추하는 시간은 바쁜 도시인에게 더 없이 귀중한 여가 중 하나이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는 일, 선상에서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즐기는 일은 각진 서울생활을 잠시나마 훌훌 털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여의도 선착장과 한강 유람선
유람선 안에서 생맥주 한 잔씩 나누며 잡지사 편집회의를 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 함께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한강의 야경을 취재하고 풍경을 촬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마도로스가 선상으로 나와 직접 사진을 찍어주고 포즈를 취하며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유람선을 타지 않더라도 노을 질 무렵 유람선 선착장에서 고독을 즐기는 맛도 괜찮다. 밧줄에 매달린 몇 척의 작은 배, 그 배들 옆으로 미끄러져가는 유람선을 조망하는 맛도 좋다. 문득, 이런 시 한 편을 읊조리면서.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든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전문
<시문학> 창간호에 실렸던 이 시는 노을에 빠진 한강의 나그네와 유람선 항해 분위기에 어울렸다. 1930년대 식민지 현실 속 민족의식과 당시 한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정신적 갈등을 두고 쓴 작품이다.
서울의 낭만을 즐기다
동행한 대학생들에게 “취업난에 골머리를 앓은 너희들과 시대적 배경이 흡사하다”고 말했더니 “젊은 나이를 무기력하게 눈물로만 보낼거냐~ 나 두야 가련다”라고 패러디로 호응했다.
그러면서 한 학생이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자 옆에 있던 대학생들이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떠나는 배’라는 노래이다. 강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노래 부르는 그 모습까지 한강에서 만들고 즐기는 추억이 됐다. 외국인들은 그런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모습을 찍고 있었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느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 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정태춘, ‘떠나가는 배’
그렇게 한강은 낭만과 추억의 물결로 일렁이게 한다. 선상에는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연인들 모습이 눈에 띈다. 그 모습대로 정겹고 평화롭다.
유람선은 여의도를 떠난 지 1시간 후에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음악과 밤 그리고 한강. 도시의 유랑자와 방랑자는 그렇게 아름답게 한 물결로 출렁인다.
● 여의도 가는 길
- 여의나루역 2번 출구(20m) : 261, 362, 753, 5534, 5615, 5618, 5633, 5713 ,6633, 7611, 7613, 1008, 순환버스 61
- 여의나루역 1번 출구(10m) : 261, 360, 461, 753, 5534, 5633, 5713, 6630, 6623, 7611, 9409
- 5호선 여의나루역 2,3번 출구 이용
- 한강철교를 지나 63빌딩 앞 진입로 이용
- 여의도 밑으로 진입하여 노량진 수산시장 방향으로 들어온 후 63주차장 이용
- 원효대교를 건너 남단램프 이용 윤중로 진입 후 300m지점에서 공원진입
- 유람선은 선착장과 코스별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여의도 유람선선착장(3271-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