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꽃, 봄의 꽃, 개나리 - “~ 입에 따다 물고요”
우리 꽃, 봄의 꽃, 개나리 - “~ 입에 따다 물고요”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4.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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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5]

한반도의 도심은 역시 개나리 천국이다. 야산에 진달래가 있다면 도심은 개나리의 노란빛이 마치 봄을 알려주는 상징처럼 주변을 수놓는다. 노란빛이 아니면 봄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휘늘어진 가지는 여러 개의 맑은 꽃을 달고 있어 청아한 자태를 풍긴다.

개나리는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자라는 고유식물이다. 심어 기르는 것 이외의 야생의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개나리는 무궁화, 진달래와 함께 우리 한민족과 가장 친근한 식물 중의 하나이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나와 노란빛으로 핀다. 아름다운 봄의 꽃이다.

▲ 개나리는 한반도에만 자라는 고유식물이다. ⓒ송홍선

긴 가지가 새 꼬릴 닮았다 해서 연교(連翹)

개나리는 다른 말로 연교(連翹) 등으로도 부른다. 연교의 이름은 꽃이 달린 긴 가지가 새의 꼬리처럼 생긴데서 유래한다. 함경도지방에서는 꽃이 일찍 피기 때문에 ‘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나리는 꽃의 모양이 나리(백합 종류)의 꽃과 비슷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름 유래의 믿거나 말거나의 설화가 전하고 있어 재미있다.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다. 그런데 부잣집 주인은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소”라고 하면서 박대를 하였다. 그러나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하였다. 그러자 스님이 짚으로 멱둥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이웃 부잣집 주인이 몹시 원통해 하였다.

이듬해에 그 스님이 또 부잣집으로 시주를 청하러 갔다. 이번에는 부잣집 주인이 쌀을 시주하자, 스님이 역시 멱둥구미 하나를 만들어주고는 사라졌다. 부잣집 주인은 그 멱둥구미를 열어보았는데,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 있었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 두었는데, 거기에서 개나리가 자라났단다.

개나리는 늘어진 나뭇가지에 꽃이 달린 모양이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와 내한성이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중요한 관상수로서 공원이나 정원 등에 심어졌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열매를 종창, 통경, 결핵 등에 다른 약재와 처방하여 쓴다. 열매 껍질의 추출물이나 분해물은 항균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미용과 건강에 좋은 개나리꽃 술

또한 개나리의 꽃으로 술을 빚어 마시면 여성의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한다. 개나리술을 담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봄철에 개나리꽃을 따서 깨끗이 씻은 다음 병이나 단지에 넣어 술을 붓는데, 꽃 500g에 소주 1ℓ의 비율로 하고 밀봉하여 그늘에 둔다.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성분이 우러나는데, 이때 개나리꽃을 체로 걸러 내면 높은 향기와 맛 그리고 고운 빛깔을 지닌 맑은 술이 된다.

약용으로 마실 때는 하루에 작은 잔으로 한두 잔 정도를 식전 혹은 취침 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가을에 열매를 따서 햇빛에 말린 다음 열매 200g에 소주 1ℓ의 비율로 담가 3개월 정도 밀봉해 두면 술이 된다. 꽃으로 담근 술보다는 맛이 쓴 편이지만 약효가 좋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노란빛의 개나리꽃이 핀다. 개나리꽃은 한반도 남쪽지방에서 3월말부터 피기 시작하고, 서울 근처에서는 4월 5일 무렵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이 핀 개나리꽃을 보면 어릴 때에 즐겨 불렀던 ‘나리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 떼 종종종 / 봄나들이 갑니다’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개나리는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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