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남산-북악 잇는 서울성곽
낙산-남산-북악 잇는 서울성곽
  • 나각순 서울시사편찬위 연구간사
  • 승인 2010.05.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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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각순의 ‘서울 문화유산 둘러보기’ 7]

서울성곽은 오늘날 서울의 중심을 에워싸고 있다. 서울 전통 도심인 종로구와 중구를 지나고 성북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찾아가 볼 수 있는 문화유적이다.

그러나 서울시민은 물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남산에 올라 서울 구경을 하면서도, 남산 정상에 오르는 길이 서울성곽임을 모르고 지나친다. 따라서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서울성곽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인왕산과 북악으로 이어지는 서울성곽. ⓒ나각순

성곽은 국가를 의미

성곽은 일정한 영역 안의 생활인들이 외적의 침입이나 자연재해로부터 평안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시설물을 말한다. 즉 성곽은 나라의 겉옷과 같은 것으로 외환도 막으려니와 내부의 반란과 폭동․내전 등 무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리고 나라 ‘國’(국)의 의미가 백성(口)이 일정한 울타리 안(口)에서 토지(一)를 경작하며 무기(戈)를 가지고 그 생산물과 사회 안정을 지킨다는 것으로, 바로 그 울타리가 성(외성, 국경)인 것이다. 따라서 성은 곧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서울성곽 성북동지구.

▲ 장충동지구. ⓒ나각순

 

 

 

 

 

한편으로 나라를 지키는 진정한 힘은 정치와 교화를 밝게 하여 백성들이 평안하고 풍요롭게 사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의 노역을 강요하여 도성을 축조한 것은 국가 방어의 여러 측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력 자체가 국력이라는 현실 논리에 따르면 도성 축조는 최소한의 국력을 표현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는 한양 천도와 더불어 궁궐 축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도성을 축조하여 궁성과 도성을 갖추었다. 도성은 궁궐과 각종 도시시설을 에워싼 백악ㆍ낙산ㆍ목멱산ㆍ인왕산을 잇는 형태로 산지와 평지에 축조됐다.

그리고 북한산성ㆍ탕춘대성 등 산성체제를 구축했다. 이렇게 하여 조선시대 서울은 산성과 평지성 체제를 갖추었으며, 이러한 산성-평지성 체제는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 이래의 전통적인 방어구조였던 것이다.

이러한 산성-평지성 체제는 외국의 저택형 성(castle)과 대비하여 우리나라 요새형 성곽(fortress)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역사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

제구실 못한 조선 한양의 도성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한양천도와 더불어 궁궐 공사를 착수했고 이어 도성 축조를 서둘렀다. 이때 태조는 “성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울타리요, 강포(强暴)한 것을 방어하고 민생을 보호하기 위해 없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볼 때 서울성곽이 실질적으로 외적을 방어하는 구실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도성은 항전 없이 외적에게 함락됐던 것이다.

도성은 군사력의 약함을 보강하여 방어시설과 천연의 자연지세를 이용한 성곽을 축조하고, 이 성곽에서 적을 물리치는 전쟁터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실제 접전이 필요한 때에는 개성ㆍ평양ㆍ의주나 남한산성ㆍ강화성으로 피난을 떠남으로써 방어성으로서의 도성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조선왕조를 지켜오다가 일제에 의해 강제로 파괴되고 무너진 서울성곽과 문루가 최근 많은 예산을 들여 복원되고 있다. 이는 외세에 의해 왜곡됐던 민족사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작업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아직 남아 있는 터전 위에 옛 모습을 다시 보게 됨으로써 수도서울의 역사와 문화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더욱 북돋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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