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의 상징 뽕나무,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밀애의 상징 뽕나무, “임도 보고 뽕도 따고”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6.16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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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4]

▲ 뽕나무. ⓒ송홍선

한반도에서 양잠을 위해 뽕나무 재배를 시작한 시기는 신라 초기이다. 이때 각 고을에 뽕나무를 심도록 명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뽕나무는 오래된 양잠의 역사와 더불어 남녀의 애정관계를 논하는 이야기에 곧잘 등장한다. 옛날에는 남녀유별이 철칙으로 되어 있고, 문 밖 출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젊은 남녀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뽕밭에서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서로 만날 수 있었다. 뽕을 따는 일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처녀 총각도 모두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로움을 얻는다는 뜻으로서 일석이조(一石二鳥)와 같은 의미이다.

동서고금에 뽕밭은 남녀 간 밀회 장소

뿐만 아니라 남녀 사이의 불륜, 밀통, 밀약 등을 비유해 상중지기(桑中之期)와 상중지약(桑中之約)이라는 고사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상중지기는 <시경>(詩經) ‘용풍’에 나오는 ‘상중’이란 시에서 유래하는데, 그 내용의 줄거리는 “한 남자가 아름다운 남의 아내를 뽕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풀을 베러 간다. 그는 그녀를 다락집으로 맞이해 사랑을 나눈 뒤에 냇가에까지 바래다준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 시에 대해 위(衛)나라 귀족의 음란함을 풍자한 것이라 했으며, 이 시에 나오는 뽕밭과 다락집과 냇가는 성애(性愛)의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 검붉은 빛깔의 뽕나무 열매 오디. ⓒ송홍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라모스(Pyramus)와 티스베(Thisbe)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밀회 장소는 맑은 샘물 옆의 뽕나무 아래였다. 티스베 처녀가 뽕나무 아래에서 피라모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갑자기 암사자가 나타나 피가 묻은 입으로 그녀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얼마 후 그곳에 도착한 피라모스는 티스베가 사자에게 물려 죽은 줄 알고 뽕나무 밑에서 칼로 가슴을 찔러 자살했다. 그의 옆구리에서 흘린 피가 뽕나무에 묻었고, 그 후부터 뽕나무 열매는 검붉은 빛깔을 띠게 됐단다.

또한 우리 속담에 ‘뽕내 맡은 누에 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마음에 흡족하여 어쩔 줄 모른다는 뜻이다. 또한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서 세상의 모든 일이 덧없이 변천함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서 파생된 ‘상전벽해 돼도 비켜설 곳 있다’는 속담은 아무리 큰 재액 속에서도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의미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상(桑)’자가 ‘상(喪)’자와 동음인 까닭에 불길을 표상해 집안에 심는 것을 금하기도 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뽕나무가 태양이 떠오르는 양목(陽木) 또는 신목으로 신성시됐으며, 아들이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어 쏘는 풍습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뽕잎을 머리에 꽂거나 창문에 붙이면 벼락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

뽕나무 열매 ‘오디’ 장복하면 젊어진다

뽕나무는 신앙의 힘이 위대성을 나타내는 예증에 인용되고 있으며, 가장 지혜로운 나무로서 여신 미네르바에게 봉헌됐다. 또한 카이로의 마타리야(Matariya) 촌에는 예수의 가족이 뽕나무 밑에서 유숙했다는 전설과 함께 지금도 노거수가 남아 있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아이들은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를 무척이나 즐겨 먹었다. 아이들은 가까운 산야에서 놀다가 뽕나무의 밭을 발견하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입술이 붉도록 오디를 따서 먹었다.

오디는 갸름하고 도톨도톨한 검붉은 빛의 열매인데 오래 계속해서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젊음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잘 익은 오디를 볕에 말려 찧어서 꿀에 개어 환약을 만들어 장복하기도 한다. 오디술은 열매(오디)의 즙을 짜서 한 번 끓인 다음 소주와 설탕을 적당히 넣어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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